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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 내 교통사고,"도로"아니라 처벌 못한다

  • 나그네
  • 2019-09-25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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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 무관한 사진입니다./사진=뉴시스

2017년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당보도에서 119구급대원인 어머니와 걷던 6살짜리 아이가 차에 치여 숨진 사건, 기억나시나요?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16일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도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A씨가 몰던 차에 보행자 B씨가 치여 가슴 부위를 다쳤는데요. 사고 직후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졌습니다.

운전자 A씨는 "단지가 어두워 B씨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하는데요. 음주 측정 결과 당시 A씨가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 안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가해자 처벌을 두고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아파트 단지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도로교통법상 처벌이 힘들기 때문인데요. 네이버 법률이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와 관련한 논란들을 정리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 아니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도로교통법에 따른 도로에 해당할까요?

정답은 '일반적으로 그렇다'입니다.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의 도로는 다음의 네가지뿐입니다.

1. 「도로법」에 따른 도로

2. 「유료도로법」에 따른 유료도로

3..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4.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車馬)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4번째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아파트 단지 내부의 통행로가 '현실적으로 볼 때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라면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0두6909 판결 참조)

쉽게 설명하면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사유지라고 해도 일반 차량이 다닐 수 있으면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합니다. 반면 차단기 등으로 막아놔서 외부 차량은 통행할 수 없다면 '도로 외 구역'으로 봅니다.

요즘 아파트들은 외부 차량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입·출차 차단기를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볼 때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보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 사망사고, 가해자 처벌 가볍다?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면 대인사고가 나더라고 처벌이 힘들까요? 피해 경중에 따라 크게 3가지 경우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1. 사망사고

먼저 피해가 가장 심한 사례인 사망사고의 경우입니다. 사망사고는 도로든 도로 외 구역이든 가해자는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가해자가 보험에 가입했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통사고 가해자의 형사처벌 기준을 정하고 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하기 때문인데요.

교통사고 치사죄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량과 동일한데요.

2017년에 일어난 대전 아파트 사고 가해자도 교통사고처리법 위반 혐의로 올초 항소심에서도 금고 1년 4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최근 인천 사건 운전자 A씨 역시 이 법에 따라 불구속 입건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는 건 맞지 않습니다.

2. 중상해사고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었을 경우에도 도로든 도로 외 구역이든 ‘피해자와의 합의’가 처벌 여부를 결정합니다.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처벌받지 않지만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상해는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기는 정도를 일컫습니다.

3. (단순)상해사고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가해자 처벌 문제가 가장 논란이 됩니다. 도로와 도로 외 구역에 적용되는 규정이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도로든 도로 외 구역이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쳐도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대전 사고 당시 아이의 어머니가 다친 것에 대해 가해자가 처벌 받지 않았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사고 후 미조치, 뺑소니, 음주측정 불응 등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처벌합니다.

문제는 다음의 12대 중과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12대 중과실이란 교통사고 중에서도 특히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되는 경우인데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12대 중과실을 저지르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와 달리 도로 외 구역에서는 '음주운전 및 약물중독 운전'만이 12대 중과실로 인정됩니다. 따라서 대전 아파트 내에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더라도 12대 중과실을 적용할 수 없었고 가중 처벌이 불가능했습니다.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유형

1. 신호위반 또는 안전표지 위반

2. 중앙선 침범 사고

3. 제한속도 시속 20킬로미터 초과 운전

4. 앞지르기 및 끼어들기 금지위반

5.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6.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7. 무면허 운전

8. 음주운전 및 약물중독 운전

9. 보도(步道) 침범

10. 승객의 추락 방지의무 위반

11.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고

12. 자동차 화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운전

◇도로교통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안, 해결책될까?

아파트 내 교통사고가 잇따르자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이에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아파트 등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내 보행자 우선 도로를 설치해 차량 속도를 30km로 제한하는 내용이었는데요. 도로교통법상 도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도로에서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취지입니다.

특히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사고로 중상해를 입히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해 ‘5년 이하의 금고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